
비도 추적추적 오는 주말에 뭐가 있겠수. 퀴퀴한 만화가게에서 콕 박혀있는 일이 소소한 즐거움인걸. 그에 더불어 좋은 책과의 조우는 근사하다마다.
갖가지 전문직종을 만화화하는 일본이라 (심지어 건축설계사무소를 소재로 한 것까지도 봤다) 의료에 관한 것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고 대부분 소재에 걸맞게 휴머니즘을 내새우면서도 직종에 걸맞게 상당한 전문성을 보여주는 편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블랙잭'이나 '닥터K'와 같은 천재의사들의 활약을 소재한 것부터 '닥터 노구치'와 같은 전기물은 물론이요, 탐정물인지 의학물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검시물까지 그 폭은 다양하다.
딱히 의무병출신이라 이쪽 취향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소시적 읽었던 블랙잭의 영향이 컸던지라 만화책속만의 그들은 흰 가운을 걸친 야메로 보이진 않았었다.
물론 제목탓인지 데츠카 오사무의 '블랙잭'의 아류일지 모른다는 편견을 가지고 집어든 '헬로우 블랙잭'은 우려와는 다르게 제법 재미있었다. 아니 다른 것과는 사뭇 달랐다.
제일 두드러진 점은 과장이 없다는 것.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의료만화는 메스의 달인을 주인공으로 갖가지 최악의 상황들을 헤쳐나간다. 그런 부분에서 과장은 재미를 위해 필요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말 그대로 만화적인 장면들도 연출되는 게 일상다반사.
그에 비해 헬로우 블랙잭은 인턴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어느정도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다. 각종의 의료지식과 소재들의 설정들은 현실적면서도 전문적이고 또한 현 의료계의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며 고발하는 사회적인 면들도 보여주는 스토리는 다른 만화들과는 노선을 달리 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전개상 극적인 부분들의 연속이고 지속적인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끌어가지만 만화라는 매체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의료만화란 특징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일정기간에 걸쳐 각 과를 거치면서 그때 그때의 환자들을 만나게된다. 매 순간 환자가 가진 병마와 싸우면서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보다는 환자와의 관계,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적당한 성장드라마의 외형이지만 매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생생함때문에 책은 풍부하다 못해 주체하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다음권이 기대되는 만화리스트에 또 한작품 추가요!